Interview
덕업일치 변호사, 대체불가한 업역을 그리다
이영욱 변호사
김상아 에디터
2024.04.25
  • Editor's Note
    •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된다. 장기적인 노력은 재능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일본의 저명한 경영전략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는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호사는 가사, 건설・부동산, 기업, IT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각 분야에서 깊이까지 추구해야 하는 직업이다. 알아야 하고 해야 할 것도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리라 생각된다. 그럴 때 좋아하는 일이나 관심사가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야마구치 슈의 말처럼 좋아하는 일은 오래, 그리고 기꺼이 노력하게 만든다. 좋아하는 마음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 만화가 좋아서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일하겠다 마음먹은 이영욱 변호사는 해당 분야의 다수의 자문과 사건을 처리하며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정도였지만 스스로는 법조계에 익숙해질 때까지 역시 수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변호사 생활 중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작업을 계속해왔는데 지나고 보니 취미인 만화 또한 변호사 업무의 경쟁력이 되어있었고, 이를 이용해 여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기도 했다. 이영욱 변호사의 취미가 경쟁력이 된 과정을 들여다보면, 좋아하는 일이 어떻게 잘하는 일이 될 수 있을지, 막연하게 느껴지는 질문에 대한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업이 적성에 맞는지 고민하는 독자
      좋아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내고 싶은 독자
      일하는 영역을 넓혀나가고 싶은 독자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를 일구는 일


Q.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지적재산권과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계시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지적재산권 중에 저작권, 상표, 특허 분야의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송무 업무도 하지만 최근엔 자문 업무의 비중이 더 커지는 듯해요. 연예기획사, 출판사, 웹툰이나 웹소설 회사의 자문이 많고, 반도체 관련 회사 등의 자문을 하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문체부에서 진행 중인 만화・웹툰 표준계약서 개정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Q.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곳은 법무법인이 아닌 특허법인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에요. 이곳에서 주로 일하시나요?

변호사를 시작한 다음 해인 2006년부터 변리사분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특허 사건 등에서 협업이 잘되고 성과도 좋더라고요. 변리사분들하고 여러 번 일하다가 조금 더 가까이서 긴밀히 협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5~6년 전부터 이렇게 특허법인 내에 사무실을 임대해서 일하게 되었어요. 가까이 있으니 소통도 편하고 서로 필요한 부분을 더 긴밀하게 채워주게 됩니다. 협업할 때는 변리사분들이 특허나 상표 등의 등록이나 심판 등 업무를 하시고 저는 법적인 부분이나, 계약, 침해 사건 소송 실무 등을 담당합니다. 변리사분들 업무 중에 해외 출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해외 업무를 많이 하시고, 특허나 상표는 기업 고객들도 많아서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Q. 지적재산권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일해오셨는데요, 오래 일하시며 감지되는 변화의 흐름이라든지, 점점 더 중요해진다고 느끼시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예술인복지재단에서 10년 넘게 상담을 해오고 있는데 최근 계약서 상담이 엄청나게 많아졌어요. 1인 창작자가 늘면서 분쟁사례도 늘었고, K 콘텐츠의 인기로 국제적인 업무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변화로 인해 기회도, 분쟁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AI로 인한 변화도 영향력이 크다고 봅니다. 창작자들도 양가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AI로 인해 자신의 직업을 뺏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고, 반면 AI를 어떻게 창작활동에 활용할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다가올 변화에 기민하게 대비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걸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점점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Q. 사건 수행을 위해 여러 작품이나 저작물들을 보는데 많은 시간을 쓰신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요. 타 분야와는 다른 저작권 분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이나 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작품의 실질적 유사성을 찾기 위해서는 양 작품을 완전히 이해해야만 해요. 그러려면 원작과 침해가 의심스러운 저작물을 비교하며 여러 번 읽어야 하죠. 16부작 드라마는 물론이고, 최근 곤충 애니메이션 소송 때는 원작 26편과 침해저작물 52편을 몇 번씩 읽었어요. 시간이 많이 드는 데 비해, 법원에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은 크지 않은 편입니다. 이렇다 보니 저작권 분야는 예술 작품과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좋아하면 그런 일들을 기꺼이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좋아하는 마음이 차이를 만든다

Q. 법학과를 졸업하셨지만 일반 회사에서 3년 정도 일하시다가 뒤늦게 사법고시를 준비하셨어요. 변호사를 하게 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주입식 교육이 너무 싫었고, 대학은 뭔가 다를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정작 법대가 암기식 공부의 정점이더라고요. 법대 전공과목이나 사법시험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고 법대 졸업 후에도 애니메이션 회사와 광고회사에서 재미있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 3년 차 무렵, IMF 사태가 터지면서 장래를 고민해 보게 되더군요. ‘변호사로 일하면서 좋아하는 창작 활동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다소 늦게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어요.


Q. 변호사로 일하시며 만화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것을 알고 놀랐어요. 마음먹으셨던 것처럼 좋아하는 일과 업을 잘 병행하고 계신가요?

변호사의 장점은 일할 분야를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저작권 변호사, 대중문화에 관심 있다면 엔터테인먼트 변호사를 할 수도 있겠죠. 제가 지식재산권법이나 엔터테인먼트법에 전문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요. 변호사는 계속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좋아서라도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병행한다는 것이 용기가 필요한 일 같기도 해요.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가 분산된다는 느낌에 불안하지는 않으셨나요?

고시 공부할 때 ‘고돌이의 고시생 일기’라는 4컷 만화를 매주 연재하고, 사법연수원에서도 만화를 연재했어요. 공부에만 집중하기에도 바쁜 와중에 만화를 연재하고, 출판사를 다니며 교정을 보고 책을 냈으니 성적에는 좋지 않은 영향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렇게 출간한 책이 후에 대한변협신문에서 15년간 ‘변호사 25시’라는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저절로 돈도 벌게 된다’는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아요.

 

Q. 변호사로 일하며 좋아하는 마음으로 커버되지 않는 어려움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 중에 기꺼이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왔던 듯합니다. 전문성을 키우고 발휘할 수 있을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문업무나 책 쓰는 일을 늘려가게 되었어요. 자문을 하려면 관련 분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깊게 파고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계속 공부해야 하죠. 책을 쓰는 일 역시 제대로 공부가 되어 전문성이 쌓이는 데 도움이 되고요.

 

Q. 책을 쓰는 게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느끼시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책을 쓰려면 그 주제에 대해 검토하고 연구해야 하잖아요. 『웹툰 계약 마스터』라는 책을 쓰려고 당시 만화나 웹툰 계약서 약 300개를 분석했어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니 정리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책을 완성하는 데까지 약 1년이 걸렸어요. 책을 쓰기 위해 깊게 공부하게 되고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생각하고 정리하며 전문성과 자신감이 생깁니다. 외부에서도 ‘책을 쓸 정도면 전문가’라고 생각해 주는 것 같고요. 책을 내면 강의가 들어오기도 하고 수임으로 연결되기도 하니 여러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쉽고 재밌는 것이 세상을 구한다


Q. 법률 관련 책을 20여 권이나 출간하셨어요. 창작자, 기업 임원, 청소년 등 비법률가를 위한 책을 주로 쓰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전문성을 키우고 변호사로서 살아남으려는 일종의 무기로 삼으려는 동기도 있겠지만, 어려운 전문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는 평소의 꿈도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과 비교해 보면 법률 서적은 많이 부족합니다. 실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약서 책이 별로 없어요. 예를 들어 미국은 그림 그리는 창작자를 위한 계약서 책만 해도, 순수 미술가를 위한 계약서 책, 포토그래퍼를 위한 계약서 책, 디자이너를 위한 계약서 책 등 세부적으로 계약서 서적들이 나오고 심지어 여러 종이 있습니다. 부러운 일이죠.


Q. ‘이 분야의 책이 필요하겠다’ 혹은 ‘이런 사람을 위한 책을 써야겠다'라는 판단은 언제, 어떤 기준으로 내리시나요?

업무를 하다가 지식이 필요한 순간,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몇 권이고 구입해서 참고합니다. 그러다 자주 문제가 되고, 널리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책이 전혀 없는 분야를 만날 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지분투자 또는 소규모 M&A처럼요. 의뢰인 회사들이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경우들이 있었는데요, 아무리 찾아도 대기업이나 큰 규모의 거래 중심의 두꺼운 하드커버 책밖에 없더라고요. 평소에 회사법 이슈가 있으면 같이 일하는 김의권 변호사를 설득해서 『알기 쉬운 M&A와 지분투자 실무』를 쓰게 되었습니다. 음악 계약 또한 권리관계가 제일 복잡하고 실무적으로도 필요한 부분인데 음악 계약을 다룬 내용의 마땅한 책이 없어서 『알기 쉬운 음악저작권 & 계약 핵심』을 출간하게 되었고요.

 

 


Q. 제목도 ‘알기 쉬운'으로 시작하는 책들이 많아요.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보여주기 위해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시는지, 어떤 점이 어려우신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도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아무래도 법적인 내용은 어렵고 복잡하니까요. 일반인 또는 그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 입장에서 무엇을 알고 싶을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를 고민하고 그 부분에 집중하여 책을 쓰려고 합니다. 쉬운 책을 쓰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쉽게 설명할 수 있으려면 일단 저자가 그 내용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알아야 하거든요. 완전히 이해해야 쉽게 설명할 수 있죠. 만화를 그리고 광고회사 다녔던 것도 도움이 됐어요. 만화도 광고회사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잖아요.


Q. 법정에서 만화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만화 변론'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엄정한 분위기를 상상해 보면 쉬운 시도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변호사 5년 차쯤, 자신이 형사 수사를 받는 중이라면서 찾아오신 분이 있었어요. 사건이 너무 복잡해서 검사가 이해를 못 한다면서, ‘만화로 그려서 검사한테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만화를 그리는 변호사를 찾아오셨다는 거예요. 당시에는 재판부에 만화를 제출한다는 게 황당하다는 생각에 고사를 했습니다만, 몇 년 후에 어려운 사건에서 문득 그분 생각이 나더군요. 그 사건에서 처음으로 만화를 변론에 이용했습니다. 1심에서 집행유예였는데 2심에서 무죄를 받았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 재판 중에 애니메이션 영상을 활용해서 변론하는 장면이 나와요. 도로의 경로별 장단점을 비교하기 위해 실제 차를 타고 이동하듯 시물레이션한 영상을 활용하더군요. 이처럼 길고 긴 글, 텍스트보다 시각화된 자료 하나가 훨씬 효과적일 때도 있습니다. 재판에 만화를 그려서 내면 판사님들이 ‘재판을 장난으로 아나?’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대체로는 흥미를 보이시고 ‘성의 있게 재판을 준비했구나.’라고 좋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Q. 이 사건은 만화를 활용해야겠다고 판단하시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소송에서 사실관계 확정이 제일 중요하고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관계가 글로 설명하기 너무나 복잡하거나 재판부가 이해하기 힘들다고 느껴지거나, 어떻게든 재판부의 관심을 환기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 만화를 활용하려고 합니다. 판사들이 처리해야 하는 수많은 사건 중에서 만화를 그려서 낸 사건이 있다면 신기해서라도 한 번 더 생각해주지 않을까요? 만화가 아니더라도 도표나 도해도 자주 활용하는 편입니다. 글로 쓸 때보다 시간이 더 들지만 재판부도 쉽고 빠르게 사건을 파악할 수 있고 무엇보다 우리측 입장에서 보는 사실관계를 좀 더 밀도높게, 현장감 있게 설명할 수 있으니 유리하죠. 혹시 지금 사실관계를 설명하기 힘들고 어떻게든 이 사건만큼은 주의를 끌고 싶다는 사건이 있다면 연락주세요. 함께 작업해보시죠(웃음).


Q. 만화가 상당한 경쟁력이 된 셈이네요. 광고회사에서의 경력 또한 변호사님께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 듯 합니다.

좋아서 열심히 해온 만화가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 몰랐죠. 어쨌거나 재능을 활용할 수 있다니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광고회사에 다니며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고,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도 많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며 사업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변호사는 법률가이기도 하지만 사업자이기도 하잖아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변호사가 될 때까지 최소 4~5년을 공부하지만, 사업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그 시간과 노력의 10%도 투자하지 않는 것 같아요. 변호사도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인만큼 ‘나는 지금 사업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꼭 필요한 듯합니다.
 

 

탐구는 깊게 시야는 넓게


Q. 저작권법을 연구해 석사, 법학박사 학위까지 받으셨고, 큐슈대 대학원에서도 특허 강제실시권의 국제적 비교에 관한 논문을 쓰셨다고요. 전문 분야의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끼신 배경과 실제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던 무렵, 연수원 동기들이 법무대학원 금융법학과에 입학하면서 법무대학원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알아보니 지적재산권법학과도 있어서 평소에 관심이 있던 저작권법을 공부하고자 진학을 했습니다. 공부가 재미있어서 법무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까지 따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학교를 다니며 충분한 시간에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공부를 하니, 각 사건마다 닥쳐서 공부하고 대처하는 것보다는 나은 점이 많더군요. 

큐슈대 대학원은 대한변협의 ‘영 리더 프로그램’으로 다녀왔습니다. 저처럼 재직 중인 직장에서 유학을 보내주지 않거나 자비로 유학을 갈 형편이 안되는 사람에게 좋은 기회였습니다. 국제법 수업이 많았는데 우리나라 법제도에 매몰되지 않고 다소 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고, 다양한 나라에서 온 법조계 관련 직업군을 만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Q. 현재 일하시는 분야가 국제 분쟁도 많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할 수 있는 영역이라 그럴까요? 글로벌 차원의 관점을 가지고 계신 점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제 엔터테인먼트나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는 국내의 이슈만 커버해서는 법적 자문 서비스가 어딘가 모자라는 느낌입니다. 아이돌이, 웹툰이 국제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만큼 해외도 탐구해야겠죠. 아직 부족하지만 영어, 일어, 중국어까지 계속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외국에서 공부하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큐슈대 대학원에 다닐 때 벨기에에서 온 대학원생 동기가 있었는데 5개 국어를 하더라고요. 지정학적으로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나라들의 국제적인 사고방식이 높은 국민소득을 만들었다고 느껴졌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Q. 저작권법 판례를 영어 만화로 소개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어떤 이유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3년 전에 UN산하기구인 국제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 저작권교육 만화를 발행했어요.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8개 국어로 번역되어 배포되었습니다. 번역을 너무 쉽게 하더군요. 『저작권 별별 이야기』라는 책에 우리나라의 재미있는 판례와 다양한 사례가 많이 담겨있는데, 외국에 널리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변호사로 일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는지 듣고 싶습니다.

작년에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님 사건을 담당했었는데, 어느날 밤 작가님이 극단적 선택을 하셨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때의 충격은 정말 컸죠. 변호사 일을 하면서 그런 일을 겪은 적은 처음이라 너무 괴롭고 힘들었어요.
변호사는 사건 당사자 입장을 충분히 공감해야 하지만 사건에 너무 이입하면 안 된다고 하잖아요? 당사자를 위해 싸우면서도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적당한 거리감을 두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변호사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라는 점을 절감하였고 정신 건강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Q. 오래 일하시면 모든 일이 익숙하고 안정적이라 예상했는데, 시기별로 마주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변호사 업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어떤 부분이 힘드셨는지 그때의 본인을 만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자료 찾고, 서면 쓰고, 의뢰인을 만나고, 법정에 들어가는 것 하나하나 힘들지 않은 게 없었어요. 법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워낙 방대하고 어렵고, 법조계 자체가 독특한 특징을 가진 사회라 적응이 참 쉽지 않았고 한 해 한 해 지나서 10년 정도가 되니 ‘이제 좀 재판에 대해서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시절의 저를 만난다면 스트레스 받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테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 몰두하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싶으신가요?

미력하나마 제가 지금까지 해온 대로 법과 사회를 쉽게 알리는 글을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을 계속해서 법률 문화 발전에 기여가 된다면 매우 기쁘겠습니다. 엔터테인먼트나 저작권 분야와 방송 분야의 계약 관련 책들도 더 써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콘텐츠 만드는 작업도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존 그리샴이나 데이비드 켈리는 원래 변호사를 하다가 창작활동이 직업이 된 분들입니다. 창작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변호사, ‘Best Creative Lawyer’가 되고 싶습니다.  

 

 

 

 

editor 김상아
photographer 송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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