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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다수결의제, 유효한 규칙인가?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4. 15. 선고 2021가합104048 판결
이재욱 변호사
2024.04.17

<로웨이브> 1기 전문위원이 전문분야의 판례를 해설해 드립니다. 


초다수결의제, 유효한 규칙인가?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4. 15. 선고 2021가합104048 판결

글머리에

상법은 보통결의(출석의결권의 과반수 찬성, 발행주식총수의 1/4 이상의 찬성)를 원칙으로 삼으면서도(제368조 제1항), 이사의 해임 등 특수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찬성요건을 가중한 특별결의(출석의결권의 2/3 이상 찬성, 발행주식총수의 1/3 이상의 찬성)를 요구하고 있다(제434조).

그렇다면 특별결의보다 강화된 결의 요건, 예를 들어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출석의결권의 9/10 이상 찬성, 발행주식총수의 7/10 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는 규칙을 정관에 규정하여 이를 강제할 수 있을까? 이를 가능하도록 주주총회에서의 결의 요건으로서 보통결의 또는 특별결의와 같은 보편적인 다수결 요건을 가중한 형태의 의사결정 방식이 바로 ‘초다수결의제’이다. 

사적 자치의 원칙을 고려할 때, 의사결정의 당사자들에게 스스로 규칙을 바꿀 수 있는 자율성이 필요하다. 다만 명확한 규칙을 위해서는 자율성을 ‘어디까지’ 둘 것인지 역시 중요하다. 실무와 학계에서 이에 관한 쟁점이 대두된 지 10년이 넘었으나 아직 대법원 판례 등 명쾌한 기준이나 답변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점점 많은 상장사가 과감하게 초다수결의제를 정관에 도입하고 있으며(2020년 초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약 7.3%, 코스닥시장의 경우 약 17.7%가 초다수결의제를 도입; 남길남, 2020, 상장기업의 경영권보호 정관조항 채택 현황과 시사점, 자본시장연구원, 4쪽), 초다수결의제의 허용여부에 관하여 하급심이 서로 엇갈리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어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다수결의제에 관한 정관규정이 유효’라는 취지의 최근 하급심 판례(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4. 15. 선고 2021가합104048 판결; 이하 ‘이 사건 판결’)가 있어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관계

피고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발행 주식을 보유한 소수주주이다. 피고는 2019. 3. 29.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였고, 아래와 같이 초다수결의제를 정관에 신설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하였다. 

변경 전 정관

변경 후 정관

제26조 (주주총회의 결의방법)

주주총회의 결의는 법령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 하여야 한다.

제26조 (주주총회의 결의방법)

주주총회의 결의는 법령 또는 이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 하여야 한다. 
단, 의결사항이 적대적 M&A를 위한 안건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총회소집통지 전 이사회의 결의로 이를 확인한 
경우, 이에 관한 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100분의 
90 이상의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한다. 이와 같은 결의방법을 적용할 안건을 총회를 
소집할 때 미리 적시하여야 한다.

(변경 전 정관에는 규정 無)

제26조의 2 (이사의 해임)

①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해임하고자 할 때에는 총회에 
출석한 의결권의 100분의 90 이상의 수와 총 발행주식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가 찬성한 경우에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② 이사의 해임에 관한 요건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제1항에서 정한 의결 요건에 의하여 그 변경을 가결할 수 
있다.

피고의 위 정기주주총회에서 위 정관변경 안건이 가결되었고, 이에 원고들은 ‘피고가 위 정기주주총회에서 한 정관변경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청구취지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주요 쟁점

위 사건에서 원고들이 제시한 쟁점은 아래 3가지였다. 

1) 변경 후 정관 제26조, 제26조의2 제1항, 제2항(이하 통틀어 ‘이 사건 정관 조항’)이 주주총회 결의 방법을 정한 상법 제368조 제1항, 정관변경의 특별결의 방법을 정한 상법 제434조, 제433조, 주주총회의 이사해임 결의 방법을 정한 상법 제385조 제1항, 제434조의 내용에 반하는 것 아닌지

2) 이 사건 정관 조항은 약 10%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이사해임 거부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는 곧 나머지 90%를 보유한 주주들의 의결권 가치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 아닌지

3) 이 사건 정관 조항이 유효하다고 전제하면 불과 약 10% 남짓의 주식을 보유한 현재 경영진이 실질적으로 피고를 영구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이것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주식회사 제도의 대원칙이 근본적으로 훼손되는 것 아닌지

판례 해석

가. 판결의 요지

이 사건 판결은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며 이 사건 정관 조항이 유효라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판결이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상법이 정한 주주총회의 결의 요건을 정관으로 가중하는 것이 허용되는지에 대하여 의견이 대립되고 있으나, 사적 자치의 원칙상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 가중의 정도에 관해서도 한계가 없다거나 주주 전원의 동의를 요하는 것으로까지 가중할 수 있다는 견해도 다수 있다. 이러한 견해가 상법 제368조 제1항 및 제434조의 문언이나 취지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이하 ‘제1논거’).

2) 정관은 주식회사의 자치규범으로써 회사의 특성이나 경제적 사정 등 외부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필요가 있다. 적대적 기업 인수를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주주가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통하여 회사를 쉽게 지배할 수 없도록 정관 조항을 둔 경우에도, 가급적 그와 같은 조항을 둔 주주들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 정관으로 경영권 방어수단을 정한 경우에도, 그것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여야 하고, 주식회사의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의 상장회사가 정관에 이 사건 정관 조항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고, 이러한 정관 조항이 실제로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단정할 만한 명확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주주총회 결의 당시 피고에 관하여 경영권 분쟁이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기존의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위하여 정관을 개정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오히려 이 사건 주주총회 당시에는 피고와 관련하여 경영권 분쟁이 없었다는 점은 원고도 이를 자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정관 조항이 경영권 방어수단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이하 ‘제2논거’).

3) 주주평등의 원칙이란,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는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9920, 2018다9937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정관 조항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적대적 M&A를 위한 안건, 이사의 해임에 관한 안건 등 특정 안건에 관하여 그 결의 요건을 가중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한 것으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정관 조항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또한 이 사건 정관 조항만으로 피고에 대한 일부 주식을 보유한 현재의 경영진이 실질적으로 피고를 영구적으로 지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정관 조항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이하 ‘제3논거’).

 

이 사건 판결에 대해 원고들이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서울고등법원 2022. 9. 23. 선고 2022나2017629 판결) 및 상고 미제기로 확정되었다.

나. 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에 관한 다른 하급심 판례들의 동향

아래와 같이 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에 관한 하급심 판례들은 엇갈린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사건 판결과 마찬가지로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 2017. 1. 4.자 2016카합2041 결정(발행주식총수의 3/4 이상의 찬성),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4. 28.자 2020카합20757 결정(출석의결권의 4/5 이상 찬성, 발행주식총수의 3/4 이상의 찬성),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6. 16. 선고 2022가합103769 판결(출석의결권의 3/4 이상 찬성, 발행주식총수의 2/3 이상의 찬성)이 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을 인정한 바 있다. 위 판결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앞서 살펴본 이 사건 판결의 요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사건 판결과 달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6. 2.자 2008카합1167 결정, 전주지방법원 2020. 10. 29. 선고 2017가합2297 판결은 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위 2017가합2297 판결은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5가지 논거를 제시하고 있어 주목을 요한다.

1) 상법은 주주총회의 보통결의 요건에 관하여 정관 등에 의한 가중을 허용하는 것과 달리(제368조 제1항), 특별결의 요건에 관하여는 이러한 가중을 허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제434조). 이는 입법자가 특별결의 요건에 관하여도 보통결의 요건과 같이 정관에 의한 가중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허용할 생각이었다면 이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었을 것임에도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2) 특별결의에 관한 상법 제434조는 1995. 12. 29. 개정되었는데, 개정 전의 특별결의 요건은 ‘발행주식총수의 과반수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의 출석으로 그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었다가 개정 후에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 그 요건이 완화되었다. 당시 이러한 개정의 취지는 주식이 다수의 주주에게 폭넓게 분산되어 있는 주식회사의 경우 종전 규정에 따른 특별결의 요건을 갖추기 위한 의사정족수를 충족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러한 의사정족수의 제한을 없애기 위함이었는데, 특별결의 요건을 다시 강화하는 내용의 초다수결의제는 이러한 상법 개정의 취지에도 반한다.

3) 상법 제434조의 특별결의 요건은 주식회사의 합병 외에도 주식의 분할(상법 제329조의2 제1항),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상법 제340조의2), 주식교환계약의 승인(상법 제360조의3 제1항, 제2항),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 등(상법 제374조 제1항), 이사의 해임(상법 제385조 제1항), 자본금의 감소(상법 제438조 제1항), 해산의 결의(상법 제518조)나 회사의 계속(상법 제519조) 등에도 적용된다. 이는 주식회사의 영업양도, 자본금이나 경영권의 변동 및 회사의 존속 등이 주주들의 이익이나 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항이기 때문에 다른 보통결의사항보다 그 결의 요건을 보다 가중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특별결의 요건을 제한 없이 허용한다면 위와 같은 주식회사의 여러 중요사항을 결정함에 있어서 상법 제434조가 규정한 것과 다른 내용의 특별결의 요건을 얼마든지 새롭게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주주총회에서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예측가능성을 침해함은 물론, 상법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요건을 별도로 규정한 취지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주식거래시장이나 주식회사와의 거래시장에서의 안정성과 신속성에도 반한다.

4) 주주의 권리는 본질적으로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하므로 다수주주에 의해 소수주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반대로 소수주주의 권리보호라는 목적에만 치우쳐 다수주주의 의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 역시 허용될 수 없다. 그런데 초다수결의제를 허용할 경우 극단적으로는 극히 일부의 소수주주의 반대만으로도 주식회사의 경영이나 영업 등 중요사항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오히려 이는 소수주주에 의한 다수주주에 대한 지배 또는 억압일 뿐만 아니라 다수주주의 의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어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5) 주식회사의 경영권 보호가 어느 정도 요구되고, 그에 따라 일부 국내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의 수단 중 하나로 ‘초다수결의제’를 채택하고 있더라도 추가 지분확보를 통한 방어수단(신주의 제3자 배정, 자기주식 취득 등), 주식발행을 통한 방어수단(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제3자 배정 등) 등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더욱이 주주총회에 합병에 관한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이사회의 결의(상법 제362조, 제393조 등) 방법에 관하여는 상법이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라는 보통결의 요건을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고(상법 제391조 후문), 주식회사는 이사회의 결의 방법을 보다 가중함으로써 적대적인 인수합병 등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도 있으므로 굳이 합병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에 있어서 초다수결의제를 허용할 특별한 필요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위원의 인사이트 

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에 관하여 아직 확립된 대법원 판례 등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 판결이 부당하다고 비판하기에는 이르고, 또한 ‘국내의 경영권방어 제도가 아직 미흡한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권방어 수단을 가급적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해석ㆍ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 사건 판결이 제시하는 논거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의문 내지 비판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1) 제1논거는 ‘결의 요건 가중에는 한계가 없다거나 주주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것으로까지 가중할 수 있다는 견해도 다수 있다’는 취지인데, 이는 별다른 논증 없이 ‘이러한 다수설이 존재한다’는 내용만을 설시한 것으로서, 법원의 실질적인 판단이 누락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법원의 판결까지 다수결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제2논거는 ‘상당수의 상장회사가 정관에 이 사건 정관 조항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을 논거로 삼고 있는데 이 사건 정관 조항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상장회사가 더욱 많다(앞서 간단히 언급했던 것처럼 2020년 초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약 7.3%, 코스닥시장의 경우 약 17.7%가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했다). 무엇보다 이 사실은 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과 아무런 논리적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해당 논거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상당하다.

3) 제3논거는 ‘이 사건 정관 조항만으로 피고에 대한 일부 주식을 보유한 현재의 경영진이 실질적으로 피고를 영구적으로 지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인데, 전주지방법원 2020. 10. 29. 선고 2017가합2297 판결이 상세히 지적한 바와 같이 초다수결의제를 허용할 경우 극단적으로는 극히 일부의 소수주주의 반대만으로도 중요사항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3논거가 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을 뒷받침할 만한 명쾌한 근거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4)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 정관 제26조, 제26조의2 제1항, 제2항을 각각 구분하여 판단하지 않고, 단지 포괄적으로 ‘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 차원에서만 접근하였다는 점에서도 아쉬운 측면이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① 이 사건 정관 제26조는 상법상 보통결의 대상을 초다수결의제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한지의 문제이고, ② 제26조의2 제1항은 상법상 특별결의 대상을 초다수결의제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한지의 문제이며, ③ 제26조의2 제2항은 이른바 동일요건규정(Lock-up Amendment)의 유효성을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로 각각 다른 쟁점이다. 부연하면 ①과 달리 ②의 경우 상법이 특별결의 요건에 관하여는 가중을 허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제434조) 이 두 가지가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②의 경우, 상법 제434조는 강행규정으로서 정족수 가중이 허용되지 않으며 ①의 경우, 상법 제368조 제1항의 의결정족수는 정관으로 달리 정할 수 있고 다만 강행규정인 상법 제434조의 의결정족수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③과 관련해서는 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학설 중에서도 ‘동일요건규정의 적법성 여부는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입장도 존재한다[정찬형,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한 M&A법제 개선연구 (2007) 49쪽]. 따라서 ①, ②와 관련하여 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을 일응 인정하더라도, 위 ③과 같은 동일요건규정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5) 마지막으로 초다수결의제 조항을 정관에 도입하기로 하는 주주총회 안건에 상법 제434조의 특별결의만 요구되는 것인지, 아니면 위 안건에는 초다수결의가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즉 ‘본인도 넘지 못할 높은 허들을 세운 다음, 다른 주주들에게 그 허들을 넘을 것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주주평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이 판결에서는 이에 대한 판단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미국 모범회사법 §7.27은 “An amendment to the articles of incorporation that adds, changes, or deletes a quorum or voting requirement shall meet the same quorum requirement and be adopted by the same vote and voting groups required to take action under the quorum and voting requirements then in effect or proposed to be adopted, whichever is greater.”라고 규정함으로써, ‘큰 정족수 또는 의결 요건을 추가, 변경 또는 삭제하는 정관의 수정은 현행 또는 채택이 예정된 것 중 큰 정족수 및 의결 요건에 의하여 행위에 필요한 동일한 정족수요건을 충족시키고 동일한 의결 및 의결그룹에 의하여 채택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즉 다른 주주들이 허들을 넘어야 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는 본인부터 먼저 그 허들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 규정은 초다수결의제의 도입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제한을 가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주주평등의 원칙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이고, 이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주평등의 원칙에서 도출되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해임하고자 할 때에는 총회에 출석한 의결권의 100분의 90 이상의 수와 총 발행주식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가 찬성한 경우에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는 이 사건 정관 제26조의2 제1항을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관에 추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관변경에 관한 상법 제434조 소정의 특별결의 요건만 갖추면 되는 것이 아니라, ‘총회에 출석한 의결권의 100분의 90 이상의 수와 총 발행주식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의 찬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라고 입론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정리하면 이 사건 판결을 비롯하여 초다수결의제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는 하급심 판례가 상당수 존재하나, 아직 그 유효성이 확실하게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전주지방법원 2020. 10. 29. 선고 2017가합2297 판결을 비롯한 초다수결의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에 대해 주목할 필요도 있어 보이고, 나아가 ‘Yes or No’의 결론만을 내리고 있는 기존 하급심 판례들과는 달리 세부적인 쟁점별로 각각의 유효성을 달리 평가하는 판례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궁극적으로 신속한 입법 또는 대법원의 판단을 통하여 정리되기전까지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illustrator 이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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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서 기업인수합병(M&A) 분쟁과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M&A 계약에서 비롯되는 민사분쟁은 물론 M&A 진행과정이나 성사 이후 문제 될 수 있는 다양한 형사책임(증권범죄, 배임, 횡령 등)에 대하여 각종 자문과 소송을 통해 최선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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