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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재범, 초범에 비해 징역형 선고율 5.8배 상승
양형인자별 징역 비율 분석
2024.04.18

대법원 마약류사범 양형기준은 1) 투약ㆍ단순소지, 2) 매매ㆍ알선, 3) 수출입ㆍ제조, 4) 대량범 경우를 구분해 양형인자를 적용한다.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동종전과나 이종누범 여부는 가중요소로 작용하고, 마약범죄의 특성에 맞추어 ‘중요한 수사협조’ 여부와 ‘자발적·적극적 치료의사’ 같은 특별한 양형인자도 마련되어 있다.

지난 기사에서 살펴본 대검찰청의 <마약류 범죄백서>를 통해서는 이런 양형인자별 판결 경향까지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이에 <로웨이브> 편집부는 엘박스 법률분석팀과 함께 최근 5년간의 마약 판결문 데이터를 상세 분석했다.

 

STEP 1. 데이터 샘플링 & 행위유형별 선고형 비율 분석

먼저 마약류사범 판결문 중 행위유형 추출이 가능한 7,458건을 대상으로 행위유형별 선고형 비율을 분석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제시된 행위유형 중 수출입ㆍ제조는 판결문 샘플 숫자가 적어 통계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대신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소지, 수수, 투약ㆍ흡입ㆍ흡연, 매매ㆍ알선 행위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7,458건의 샘플 중 단일 행위를 한 사례는 3,954건이었고, 복수 행위를 한 사례는 3,504건이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단일 행위 사례로만 선고형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비교적 경범죄로 여겨지는 소지의 경우에도 징역형 비율은 30%를 상회했고, 매매ㆍ알선의 경우는 징역형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투약, 매매에 비해 비교적 경범죄라 할 수 있는 수수 행위에서 집행유예가 뚜렷하게 낮은 비율을 보였다는 점이다. 다른 행위들은 ‘벌금 10% 내외, 징역 30~40%대, 집행유예 50% 이상’의 패턴을 보이는데, 수수는 범죄 무게에 비해 집행유예 비율이 낮고, 징역 비율은 높았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수 사건을 상세 분석해 보았다.

 

STEP 2. 징역형을 선고 받은 수수 사건 상세 분석 

‘동종전과나 이종누범 여부에 따라 가벼운 수수 행위도 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수 사건 판결문 89건을 전수 확인한 결과 83건이 동종전과나 이종누범 혹은 후단경합범 케이스였고, 단순 수수 행위에 해당하는 사건은 6건에 불과했다. 마약류사범은 소지, 수수, 투약 등의 행위가 복수로 이루어지고, 재범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렇다면 마약류사범에서 재범률은 어느 정도일까?

 

STEP 3. 재범 여부에 따른 선고형 비율 분석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체 마약류사범의 재범률은 35%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재범률을 살펴보면 향정사범이 40% 안팎으로 가장 높고, 대마사범이 32~37% 내외이며, 마약사범이 10%대로 가장 낮다. 지난 1편 기사에서 살펴보았듯 향정사범의 1심 징역선고율은 매해 50% 이상으로 유독 높은데, 높은 재범률의 영향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로웨이브> 편집부와 엘박스 법률분석팀은 동종전과 여부에 따른 선고형 비율 변화를 더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동종전과 횟수를 추출할 수 있는 4,772건을 분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초범 마약사범일 때 7.9%였던 징역선고율은 재범일 때 28.6%로 3.6배 상승했고, 향정사범은 21.1%에서 76.7%로 3.6배 상승, 대마사범은 6.1%에서 35.5%로 무려 5.8배 상승하는 결과가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재범 여부가 마약류 판결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인자라는 사실을 암묵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데이터를 통해 구체적 영향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분석이라 할 수 있다.

 

STEP 4. 약물별 소비패턴 분석   

대마사범의 경우 초범의 징역형 비율은 마약ㆍ향정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재범을 할 경우 다른 두 유형보다 징역형 비율 상승폭이 가파른 양상을 보인다. 재범의 징역형 비율만 놓고 보면 대마(35.5%)가 마약(28.6%)보다 높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흔히 대마는 ‘비교적 가벼운 입문용 마약류’로 여겨진다. 초범의 경우 다른 마약류사범에 비해 가볍게 처벌받는데, 이번 판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른 마약류 사건에 대마가 함께 끼어있는 비율이 꽤 높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대마만 해서 처벌받은 사건수를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대마를 포함해 다른 마약류까지 함께한 사건수를 조사하면 170.6이 나온다. 향정의 경우는 다르다. 향정만으로 처벌받은 사건수가 100이라면 다른 마약류까지 함께한 사건수는 116.1의 비율을 띈다. 향정 중 가장 많은 수를 보이는 필로폰의 경우 해당 비율이 108.4에 그쳤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대마를 시작으로 다른 마약류까지 손을 뻗는지, 아니면 다른 마약류를 하다가 대마까지 하는지 선후관계를 엄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또한 투약 이외에도 여러 행위 유형을 포괄한 데이터이기에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대마사범은 다른 마약도 많이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향정, 특히 필로폰의 경우는 그런 패턴이 없다. 이즈음 되면 ‘입문용 마약’이라는 말의 의미를 가벼이 여겨도 괜찮을지 새삼 곱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대마사범이 특히 재범으로 기소되었을 때 징역 비율이 큰 폭으로 높아지는 양상에는 ‘한 번 실수에는 기회를 줄 수 있지만, 두 번은 안 된다’는 재판부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 아닌지 추측해 본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2024년 3월 26일 제130차 전체회의를 열어 마약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매매ㆍ수수 유형을 신설하고, 권고 형량범위를 상향했으며 마약 대량범에 대한 양형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내용은 2024년 7월부터 판결에 적용할 예정이다.

<로웨이브> 편집부는 이번 판결 데이터 분석 기사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꾸준히 양형기준을 손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도의 마음이 드는 한편, 이런 사법부의 의지가 일반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타까움도 느꼈다.

만약 한 번이라도 마약에 손을 댄 사람들의 재범률이 얼마나 높은지 알게 된다면, 그리고 재범의 징역형 비율이 초범에 비해 4~5배 가까이 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형량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된다면, 범죄예방 및 재범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희망으로 <로웨이브> 편집부는 이번 판결 경향 분석 기사를 작성했다.

 


<마약류사범 판결 경향 분석> 시리즈

1편. 마약 징역형 선고율 1.7배 상승

2편. 대마 재범, 초범에 비해 징역형 선고율 5.8배 상승 (현재 기사)


editor 최혜진
designer 임이레 
데이터 제공 및 분석 엘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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