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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가중처벌 개정 후 1회 재범 40% 증가
‘윤창호법’ 전후의 재범발생율과 법원 선고형 변화
2024.05.17

2015년 벌어진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 2018년 벌어진 ‘카투사 대학생 윤창호 씨 사망’ 사건으로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국민 여론이 폭발하면서 국회는 2018년 12월24일 도로교통법 음주운전 관련 규정을 일부 개정했다. 혈중알코올농도 하한을 0.05%에서 0.03%로 낮추고, 재범 면허취소 기준과 재범 가중처벌 기준을 기존 3회 이상에서 2회 이상으로 줄이는 등 처벌강화에 중점을 둔 법안이었다.

하지만 2021년 11월 21일 헌법재판소가 재범 가중처벌 규정의 세부 사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려 효력이 상실되었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지적을 반영해 2023년 1월 3일 보완 입법을 의결해 7월 4일부터 보완된 법이 시행되고 있다.

사법부 관점에서 보면 교통범죄는 오랫동안 일반 교통사고, 교통사고 후 도주 두 가지 유형에 대한 양형기준만 존재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양형기준(벌금형 포함)은 2023년 4월 24일에 신설하였고, 202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최초 입법 시점인 2018년부터 5년 동안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바꾸는 잦은 법률 변경이 있었는데, 이것이 법원 선고형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또한 실제 재범율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로웨이브> 편집부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경찰청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황’ 통계를 살피고, 엘박스 법률분석팀과 판결문 데이터 상세 분석을 진행했다.

 

Q. 음주운전 교통사고, 여론처럼 상황이 악화 중인가? 
A. No, 전체 사건수·피해자수는 감소 중

경찰청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황’ 통계는 2003년부터 2022년까지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사망자수·부상자수를 보여준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2003년 31,227건이었던 발생 건수는 2022년 15,059건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0년 이후 사망자·부상자수 추이를 봐도 그래프 양상은 비슷하다. 사망자는 2010년에서 2022년 사이에 1/3 수준으로 감소했고, 부상자는 1/2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통계적 사실과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 인식은 차이가 있다. 한국리서치가 표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2%가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1년 전보다 늘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1년 전보다 줄었다고 보는 사람은 14%에 불과했다.

이는 음주운전을 심각한 범죄로 여기는 시민 감수성이 높아진 결과로 보이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특정 사건에 대한 잔상이 음주운전 사고 전반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Q. 윤창호법, 재발억제 효과가 있었을까? 
A. No, 가중처벌 개정 후 1회 재범 40% 증가

국민 여론이 법안 개정을 주도한 대표적 사례가 윤창호법이다. 엘박스 법률분석팀과 <로웨이브> 편집부는 ‘음주운전 재범 가중처벌 규정의 강화시점 이후에 재범발생이 억제되었다’는 가설을 세우고, 판결문 데이터를 분석해 보았다.

 

STEP 1. 데이터 샘플링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음주운전 단일범죄 판결문을 대상으로 사건발생일, 판결 선고일, 혈중알코올농도, 동종전과 횟수, 양형의 내용을 추출할 수 있는 판결문만을 먼저 추렸다. 확보한 판결문 데이터 건수가 연도별로 달랐기 때문에 연간 2,000건이 넘을 때는 일괄 2,000건만 샘플링했다. 판결문 숫자 편차로 인한 왜곡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STEP 2. 기존 규정-강화된 규정-보완된 규정, 구간별 데이터 분류

윤창호법은 2019년 7월 25일부터 많은 언론에서 ‘오늘부터 윤창호법 전면 시행’, ‘오늘부터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의 제목으로 다량의 기사를 쏟아냈다. 상당수 국민들이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되었다는 점을 인지하고 행동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시행일을 기준으로 판결문 데이터를 분류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린 2021년 11월까지를 ‘강화된 규정이 시행된 구간’으로 분류했다.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STEP 3. 전과횟수에 따른 구간별 비율분포

전체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사람들 중 전과자들을 횟수별로 분류하고, 윤창호법 전후의 제1구간 ~ 제3구간별로 비율 변화를 분석했다.

 

음주운전 재벌 처벌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재범발생이 억제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개정 이후 오히려 1회 재범율이 4.3%에서 44.2%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2회 재범율은 약 31%가 감소하고, 3회 이상 재범율은 약 11%가 감소하긴 했지만, 이것을 처벌규정 강화가 재범발생율을 억제한다는 증거로 보긴 어렵다. 재범 가중처벌의 기준이 되는 ‘전과 1회 재범’의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Q. 법률의 잦은 개정이 선고형의 불안전성을 초래했을까? 
A. Yes, 선고형의 표준편차가 증가했다

연도별로 판결문 데이터의 선고형 표준편차를 분석하니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전후의 징역형(실형), 징역형(집행유예), 벌금형의 각 표준편차가 법률 변경시점 이후로 유의미하게 증가하였음이 관찰되었다. 유사한 사실관계를 가지고도 선고형의 차이가 커진다면 이에 대한 영향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입법 과정에서 생기는 번복이 사법부, 그리고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Q. 음주운전 문제, 처벌강화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A. Yes or No, 사회문화적 제재 관점으로 전환할 때

이번 판결문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는 ‘가중처벌 기준이 강화되어도 재범발생율이 질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연구 방식과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처벌의 확실성이 재범율을 줄인다는 관점에서 씌여진 ‘음주운전 처벌에 관한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 논문에서는 일본 사례를 언급하면서 법정형과 선고형 사이 간극을 줄이자는 결론을 도출한다. 반면 같은 일본 사례에 대해서 재범율 감소의 원인이 처벌 강화에 있지 않고 일본 사회 특유의 수치심 문화에 기반한다고 분석한 ‘음주운전 처벌법이 사회규범으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 통계와 행동경제학이 주는 교훈’ 같은 논문도 존재한다.

 

<로웨이브> 편집부는 이번 기사를 준비하며 한국에서도 처벌강화 관점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제재 관점에서 발의된 입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례로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22년 9월~12월 사이 제주·대구·여수 등에서 렌터카 업체와 함께 시범 운영한 ‘음주운전 방지 장치’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있다. (2023년 10월 6일 국회 통과, 2024년 말 시행 예정) 여론도 호의적이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답변자 1,000명 중 80%가 음주운전 방지 장치가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에 대해 국민 여론은 분노를 해소해 줄 '사이다' 같은 엄벌을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처벌강화가 재범방지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나아가 여론을 의식한 잦은 법률 변경이 오히려 판결의 일관성에 혼란을 일으킨다면 문제해결의 관점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로웨이브> 편집부는 이번 판결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다.

 


 

editor 최혜진
designer 임이레 
데이터 제공 및 분석 엘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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