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양형위원회 권고보다 낮은 선고 비율 34%
강간 범죄, 엄벌은 없다
2024.01.26

재판부는 판결 시 양형기준표를 참고한다. 대법원 산하의 독립적 국가기관인 양형위원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기준이다. 원칙적으로 구속력은 없으나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할 때는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성범죄에서의 주요 양형인자는 일반적으로 피해자 나이, 범죄 횟수, 과거 전체 전과 횟수, 과거 동종전과 횟수, 처벌불원의사 표시 여부, 피고인의 태도, 심신미약 여부 등이 있다. 

<로웨이브> 편집부는 대법원 사법연감 통계를 통해 지난 8년간 ‘강간과 추행의 죄’의 징역 선고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것이 곧 범죄의 경중에 알맞은 처벌을 했다는 뜻은 아니므로 판결 경향을 이해하기 위해 ‘강간과 추행의 죄’에 해당하는 여러 범죄 중 범죄의 중대함이 심한 강간 범죄만 상세 분석해 보기로 했다. 

 

STEP 1. 데이터 샘플링 

먼저 엘박스 법률분석팀과 샘플링 작업을 진행했다. 엘박스가 보유한 전체 판결문 중 사건명에 ‘강간’이 포함되는 1심은 총 3639건이었는데, 여기에는 피고인이 한 사람인 경우와 다수인 경우, 단일범죄인 경우와 경합범죄인 경우,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등 여러 성격의 사건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데이터 편향의 위험이 있었다. 

이에 2018년 이후 징역형을 선고받은 강간 단일범죄를 대상으로 매년 최대 50건의 샘플을 확보해 총 246건의 판결문을 분석했다. 

 

STEP 2. 양형인자 분석 

샘플 데이터 246건의 판결문을 앞서 설명한 주요 양형기준으로 정량 자료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피해자 나이, 범죄 횟수, 과거 전체 전과 횟수, 과거 동종전과 횟수, 처벌불원의사 표시 여부, 피고인의 태도, 심신미약 여부를 조사하고,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표와 비교했다. 

 

STEP 3. 양형위원회 권고형 대비 실제 선고형 비교 

샘플 데이터 246건의 양형인자를 양형위원회의 권고 기준에 대입해 보면 ‘최소권고형 OO개월 ~ 최대권고형 OO개월’이라는 권고형 범위가 도출된다. 실제 법원은 이 권고 범위를 얼마나 지켰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권고형 범주 중 최솟값을 0, 최댓값을 100이라고 두고 실제 선고형의 위치를 스코어화 해보았다. (스코어 전체 보러 가기) 스코어에 100에 가까울수록 최대 권고형에 가까운 선고를 한 엄중한 처벌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0은 최소 권고형에 턱걸이했다는 의미이고, 마이너스 수치는 최소 권고형보다도 낮은 선고를 했다는 의미이다. 

 

STEP 4. 판결 경향 그래프  

양형위원회 권고형 대비 실제 선고형을 비교해 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샘플 데이터 246건의 권고형 범위와 실제 선고형 분포를 모두 표기한 그래프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경향은 권고형 범위 안에 들어와 있는 케이스보다 범위 왼쪽(하단) 바깥이나 권고 범위 왼쪽(하단) 끝점에 몰려 있는 케이스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분포 경향이 조금 더 잘 이해되도록 그래프를 편집하면 아래와 같다. 

 

 

샘플 데이터 246건 중 최고권고형보다 낮은 선고를 한 경우는 34%, 최소권고형에 턱걸이한 선고를 한 경우는 47%였다. 그래프상 빨간 점들이다. 

그래프상 파란 점은 최소권고형보다 높은 선고를 한 경우로 전체 19%로 조사되었다. 곱씹어 볼 만한 점은 권고형 범위 이상의 선고를 한 경우는 단 1건도 없었다는 것. 엄벌을 처한 경우가 0%라는 점이다. 최소권고형보다 낮은 선고를 한 경우가 34%인 점과 비교되는 결과다. 

 

STEP 5. 패턴 관측   

또 한 가지 유의미하게 관측한 패턴이 있다. 최소 권고형이 높은 범죄일수록, 다시 말해 강간치상, 강도강간 등 양형요소에서 가중 영역에 해당하는 사건일수록 권고형에 크게 못 미치는 선고가 나온 점이다. 

아래 그래프의 X축은 최소 권고형(년)이다. 우측으로 갈수록 최소 권고형이 큰 범죄(중범죄)다. Y축은 최소권고형 대비 실제 선고형의 평균 비율을 표시한 것이다. 100이면 최소권고형에 턱걸이했다는 뜻이고, 100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최소권고형보다 높은 선고를 한 케이스 비율이 많다는 뜻이다. 반대로 100 미만으로 내려갈수록 최소권고형에 미치지 않는 선고를 한 케이스 비율이 많다는 뜻이다. 

 

 

권고형 범위가 1~3년인 비교적 경범죄의 경우는 최소 권고형보다 높은 2년형을 선고하는 케이스도 있어서 평균 그래프가 100보다 높게 측정되는데, 권고형 범위가 5년 이상의 중범죄는 최소권고형에 아예 미치지 않는 평균 비율을 보였다. 

강간 범죄에 한해서는 경범죄자를 엄벌하고 중범죄자는 선처하는 패턴이 관측된 것이다. 재판부가 징역형의 절댓값이 커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인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엄벌이 드문 강간 사건이지만, 피고인의 항소율은 높은 편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의 항소율 누년비교표를 보면 ‘강간과 추행의 죄’는 매해 평균 55%에 육박하는 항소율을 기록하고 있다. ‘상해와 폭행의 죄’가 39%, ‘도로교통법 위반’이 22%, ‘절도와 강도의 죄’가 46%의 항소율을 보인 반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은 60%,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은 55%의 항소율을 기록 중이다.

<로웨이브> 편집부는 이번 판결 경향 분석 기사가 강간 범죄의 양형 현실에 대한 토론과 변화의 물꼬를 트는 씨앗이 되기를 희망한다. 


<강간 범죄 판결 경향> 시리즈

1편. 강간과 추행, 징역형 선고 비율 42% 증가 

2편. 양형위원회 권고보다 낮은 선고 비율 34% (현재 기사)


editor 최혜진
designer 임이레
데이터 제공 및 분석 엘박스 

 

의견 남기기

최신 콘텐츠 더 보기

Trend
음주운전, 가중처벌 개정 후 1회 재범 40% 증가
‘윤창호법’ 전후의 재범발생율과 법원 선고형 변화
2024.05.17
Lecture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권리가 소멸한다?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0다280685 판결
최기민 변호사
2024.05.14
Lecture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에 따라 대위할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와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 산정 방식(공제 후 과실상계) 등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임희찬 변호사
2024.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