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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체결한 용역계약에서 위임계약의 해지사유와 절차 등에 대해 약정한 경우 민법상 위임 관련 규정 적용 여부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다53265 판결
이광재 변호사
2024.03.13

'2023년 엘박스에서 가장 많이 복사된 판례' 의 담당 변호사가 직접 판례를 해설해 드립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체결한 용역계약에서 위임계약의 해지사유와 절차 등에 대해 약정한 경우 민법상 위임 관련 규정 적용 여부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다53265 판결

 

사실관계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함)에 의한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로 등록을 마친 회사다. 피고 1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함)으로 광주광역시 동구 소재 44,015㎡(이하 ‘이 사건 정비구역’이라 함)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이 사건 정비사업’이라 함)을 목적으로 하는 조합으로 조합설립등기를 마치기 전까지는 추진위원회(이하 '이 사건 추진위원회'라 함)의 형태로 이 사건 정비사업을 수행하였다. 피고 2는 위 조합의 조합장이다.

나. 기초 사실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14. 9. 3.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함) 공고를 하였고, 그 무렵 원고가 낙찰자로 결정되었다.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14. 10. 21.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이 사건 정비사업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하는 결의를 하였고, 원고는 2014. 11. 6.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사이에 원고가 이 사건 정비사업에 관한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함)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용역계약을 체결 후 약 8일 정도 지난 시점인 2014. 11. 14. 10:00경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팩스로 원고에게 “입찰참여규정 제16조 제1항에 의하면 원고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된 즉시 계약이행보증금 5,000만 원을 추진위원회에서 개설한 통장에 입금하기로 되어 있으나, 총회 이후 한 달여가 지나도 이를 입금하지 않아 수차례 독촉하였음에도 여전히 입금되지 않아 해지 통보한다”는 내용의 용역계약 해지통보(이하 ‘이 사건 해지통보’라 함)를 발송하였고, 원고는 이 통보를 수령했다.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14. 12. 31. 추진위원회 제6차 회의를 개최한 후 소외 B사와 컨설팅 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2015. 1. 23. 추진위원회 제7차 회의에서 원고와의 계약해지를 의결, 2015. 4. 30.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이 무효임을 결의한 후, 2015. 5. 11. 원고에게 재차 이 사건 용역계약이 해지되었음을 통보하였다.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에서는 원고와 이 사건 추진위원회가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고, 제11조에서는 손해배상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주요 쟁점

도시정비법 제71조에 따라 이 사건 용역계약은 유상위임계약으로서 민법의 위임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자유로운 계약의 해지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689조 제1항 및 제2항은 임의규정인지 여부.  

민법 제689조 제1항 및 제2항이 임의규정인 경우, 당사자 각자의 신뢰가 보호되어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즉 민법 제689조 제1항 및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  

이 사건 용역계약이 위임인의 이익과 함께 수임인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유상위임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은 수임인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경우 계약해지의 자유는 인정되지만 손해는 배상하여야 한다고 법리를 설시한 바 있으므로, 원심에서 이에 관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음).
 

사건의 경과

가. 제1심 법원의 판단 (광주지방법원 2016가합174)

1)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 조합(이 사건 추진위원회)은 일방적으로 원고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는데,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는 계약해지의 사유와 조건, 절차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므로, 정당한 사유가 없는 용역계약의 해지는 위법하다. 

위임인의 이익과 함께 수임인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유상위임계약에서 위임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인 수임인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47108 판결 참조)는 대법원의 법리, 그리고 이 사건 용역계약서 제11조에서 위임인인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손해배상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관련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법원판단(원고 청구 전부 기각)의 요지  
  • 자유롭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에서 해지사유를 규정하면서 민법 제689조 제1, 2항에 의한 해지를 할 수 없도록 하지 아니하는 한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이 사건 용역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 규정의 존재만으로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해지권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계약해지는 적법하다. 

  • 이 사건 용역계약이 수임인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수임인이 보수를 지급받게 되는데, 이러한 보수는 위임사무수행의 대가로서 수령하는 것에 불과할 뿐 위임사무처리와 직접관계가 있는 독자적인 이익이라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용역계약은 수임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위임계약이라 볼 수 없다.

가. 제2심 법원의 판단 (광주고등법원 2016나1587)

1) 항소심에서 추가한 원고 주장의 요지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다15518 판결) 의 법리에서와 같이, 수임인의 수익성 확보도 계약의 주요한 목적으로 한 위임 유사의 무명계약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약정한 해지사유가 인정되거나 채무불이행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용역계약은 수임인의 수익성 확보도 계약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이고, 양 당사자는 계약해지 사유를 명시적으로 약정하기까지 하였으므로, 위임인인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계약해지의 자유가 인정된다는 원심의 판단은 위법하다.

2) 법원판단(원고 청구 일부 인용)의 요지 
  • 개요  

제1심에서의 원고의 주장과 항소심에서 보다 구체화하거나 일부 추가한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제2심 법원은 제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자유롭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다만 부득이한 사유 없이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하였다면서 일부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 자유롭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에서 명시적으로 민법 규정에 따른 해지를 배제하고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자유롭게 이 사건 용역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 용역계약이 수임인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의 성격과 체결 경위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수임인이 받게 되는 용역비는 용역계약에 따라 받게 되는 보수에 불과하므로 수임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위임계약이라 볼 수 없다. 

판례 해설

이 사안은 국내 수많은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 등과 관련한 용역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써, 도시정비법에서 준용하는 민법 위임 관련 규정에 따라 당사자는 자유롭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에, 그에 따라 매우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상대방이 자신의 위험(risk)을 어떻게 회피(hedge)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실질적으로 제시한 판례이다. 

도시정비법 제104조에서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업무를 위탁하거나 자문을 요청한 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관계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라고 정하여 위임의 상호 해지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로운 계약해지를 인정하는 민법 제689조 제1항이 당사자의 의사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임의규정인지 여부와 임의규정이라 할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실무차원에서 어떻게 해야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당시 업계에 명확한 기준이 없어 관련 당사자들 사이에 그에 관한 분쟁이 있거나 법적 지위가 불안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의 제1심 법원과 제2심 법원도 동일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즉,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와 제11조에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경우와 손해배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명시적으로 민법 제689조 제1항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추진위원회가 자유롭게 이 사건 용역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을 보면 당시 위와 같은 쟁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우선 민법 제689조 제1항 및 제2항이 당사자의 약정으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임의규정임을 확인하고, 나아가 “당사자가 위임계약의 해지사유와 절차 등에 관하여 이와 다른 내용으로 약정한 경우 이러한 약정은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거래의 안전과 이에 대한 각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단순히 주의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와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위임계약이 해지사유와 절차 등을 민법 제689조 제1항과 다른 내용으로 정하고 있을 경우 임의해지(민법 제689조 제1항)를 배제하는 명시적 약정이 없어도 위임계약의 임의해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를 밝혀, 그간 다소 애매하다고 여겨져 왔던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였고, 이에 따라 본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도시정비사업 관련한 당사자들은 각자 법적 지위의 불안정성과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한 보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참고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위와 같이 판단하게 된 구체적인 사실관계(문제가 되는 이 사건 용역계약 제9조와 제11조의 내용 포함)를 일응 상세하게 기재하고 있다. 판결문의 내용을 살피면 민법 제689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해 당사자가 어느 정도의 약정에 이르러야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담당 변호사의 직강 포인트 

각종 사건을 접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쌍방 당사자의 법적 지위가 안정적이고 변동의 가능성이 적을수록(법률관계가 명확할 수록) 분쟁으로 비화될 확율이 줄어들고, 설령 분쟁이 생기더라도 양 당사자 사이의 이해조정이 보다 간편한 경우가 많다. 아울러 그렇게 되면 사회적인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양 당사자가 사적 자치에 기초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경우와 손해배상에 대해서 약정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위임 관련한 민법 규정을 배제하려는 명시적인 약정이 없다는 이유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면, 상대적으로 비용과 노력을 많이 투입한 당사자에게는 매우 불공평한 결론을 가져오게 된다. 이 사건에서도 일방 당사자의 책임 있는 사유가 없었음에도 상대방에 의하여 계약이 해지되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손해배상조차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은 매우 불공평할 수 있었는데,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이 사건 조합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사이의 이해가 보다 합리적으로 조절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타 유사한 수많은 사안에도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참고로 수임인의 수익성 내지 수임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경우에는 계약해지가 제한되거나(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다15518 판결) 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다47108 판결)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기초한 원고의 주장이 있었는데, 이 사건 용역계약이 수임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illustrator 이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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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변호사
삼성, CJ 등 대기업에서 오랜 기간 해외사업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변호사 시험 1기로 현재 법률사무소 이해의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행정과 부동산 분야에서 자문과 소송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재건축·재개발 분야의 다양한 소송수행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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