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에 따라 대위할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와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 산정 방식(공제 후 과실상계) 등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임희찬 변호사
2024.05.09

<로웨이브> 1기 전문위원이 전문분야의 판례를 해설해 드립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에 따라 대위할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와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 산정 방식(공제 후 과실상계) 등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사실관계

피고 ㈜A전기(이하 '피고 A전기')는 피고 B공사(이하 '피고 B공사')로부터 ○○구간 도로개설에 따른 전송선로 지장이설 공사(이하 '이 사건 전송선로 이설공사') 중 배전 공사(이하 '이 사건 배전공사')를 도급받아 공사하였다. 이 사건 배전공사는 전주의 이설과정에서 전력선을 제거하고, 전주 자체를 철거하는 공정이다.

소외 ㈜C통신(이하 ‘사업주 C통신’) 소속 근로자인 소외 망 D(이하 ‘재해근로자’)는 전송선로 이설공사 중 광케이블 철거공사 과정에서 지주가 갑자기 쓰러져 재해근로자의 머리 부분을 가격하였고, 이에 따라 재해근로자는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에 따른 뇌부종으로 사망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원고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사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하고 재해근로자의 유족에게 요양급여 7,065,250원, 장의비 14,531,690원, 일시금으로 유족연금 199,895,332원을 지급했다. 이후 피고 A전기와 피고 B공사를 상대로 재해근로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여 보험급여액 상당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이하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주요 쟁점

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에 따라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액을 지급한 후에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있는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

나. 손해 발생에 과실이 있는 재해근로자가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후에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을 산정하는 방식

다. 산업재해가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하고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

라. 사업주나 제3자의 손해배상 후 재해근로자가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 제84조에 따라 재해근로자에게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는 범위
 

사건의 경과

가. 제1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합533650 판결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하였으나, 사업주 C통신의 과실비율은 참작하지 않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하였다(인용금액 208,341,007원, 그중 소극적 손해액은 199,895,332원).

나. 제2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20나2042775 판결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85%로 제한하였고, 사업주 C통신의 과실비율인 30% 상당액을 피고들의 책임에서 공제하였으나,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 의하여 재해근로자의 손해액을 산정하여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하였다(인용금액 97,585,525원, 그 중 소극적 손해액은 90,406,702원).

다. 대상판결(대법원 2021다241618 판결

원심판결의 피고들 패소 부분 중 소극적 손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여 파기환송(일부) 판결을 하였다.

라.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2022나2012877 판결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85%로 제한하였고, 사업주 C통신의 과실비율인 30% 상당액을 피고들의 책임에서 공제하였으며,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의하여 재해근로자의 손해액을 산정하여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하였다(소극적 손해액 60,422,402원).

판례 해설

가. 근로복지공단이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

제3자의 불법행위로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은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라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 다만 대위할 수 있는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대위할 수 없고,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재해근로자를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끝까지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을 산정하는 방식

손해 발생에 과실이 있는 재해근로자가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후에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다. 산업재해가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하고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 

근로복지공단은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고, 제3자에 대하여 산재보험 가입사업의 과실비율 상당액은 대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보험급여에서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한 다음, 여기서 다시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손해액 중 가입 사업주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하고 그 차액에 대해서만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다.

라. 사업주나 제3자의 손해배상 후 재해근로자가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 제84조에 따라 재해근로자에게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는 범위

근로복지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는 범위는 보험급여 중 사업주나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정된다.

전문위원의 인사이트

가.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과 통일된 해석

종전에 대법원 판결은 산재보험법 또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먼저 산정된 손해액에서 과실상계한 다음 거기에서 보험급여를 공제하여야 하고, 그 공제되는 보험급여에 대하여는 다시 과실상계를 할 수 없으며, 보험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후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손해배상채권의 범위 내에서 보험급여를 한 전액이라고 판단해 왔다.

그런데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선행 전합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의 문언과 입법 취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보험급여 수급권자가 누릴 수 있는 법적 지위와의 균형이나 이익형량, 보험급여 수급권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하면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①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강보험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보험급여비용 전액이 아니라 그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대위할 수 없고,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피해자를 위해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한다.

②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기왕치료비와 관련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은 전체 기왕치료비 손해액에서 먼저 공단부담금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③ 건강보험공단이 보험급여 지급의무를 면함으로써 부담하지 않게 되는 비용의 범위는 가해자의 행위를 원인으로 지급사유가 발생한 금액, 즉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보험급여비용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정되고, 나머지 부분은 여전히 공단이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④ 제3자의 손해배상 후 피해자가 보험급여를 받았다면 건강보험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피해자에게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는 범위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보험급여비용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정된다.

대상판결은 선행 전합판결에서 선언된 판결의 내용을 따라 산재보험제도의 사회보장제도로서 목적과 기능을 고려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이는 법질서 내에서 통일된 해석이라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나. 재해근로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판례 변경

이 사건 소송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 또는 가입사업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급여 지급 후 재해근로자를 대위하여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구상을 구하는 소송이므로, 대상판결은 재해근로자가 갖는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대위권의 범위에 주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재해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원인으로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나누어 보면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 있고, 그중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후에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의하여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아래 ①과 ③의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① 제3자의 불법행위에 의한 경우
② 제3자의 개입없이 산재보험 가입사업주의 불법행위에 의한 경우
③ 제3자와 산재보험 가입사업주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의 제3자에 대한 대위권 행사가 쟁점이 되지 아니할 수 있는 위 ②의 경우에도 대상판결의 내용이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하급심 판결중에는 위 ②의 경우에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으로 재해근로자의 손해액을 산정하는 경우도 있다. 재해근로자가 머핀 종이를 생산하는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손가락이 물리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데도 사업주의 책임이 30%만 인정되어 이슈가 되었던 하급심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4. 1. 30. 선고 2022가단98623 판결은 재해근로자 손해배상의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 사업주의 책임비율을 30%로 인정하여 과실상계한 후에 지급된 보험급여를 공제하여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따랐다.

그러나 재해근로자의 이익보호와 산재보험 제도의 취지라는 측면에서 위 ②의 경우에도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봄이 마땅하다.

또한 대상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의 보험급여의 경우,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이 아니라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손해배상청구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므로, 보험급여 외의 항목에 대해서는 과실상계 후에 공제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illustrator 이형수

의견 남기기
임희찬 변호사
건설·부동산 분야의 기업에서 사내변호사로 근무하였고,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건설전문 변호사이다. 현재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단 위원,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단 위원, 한국부동산원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자문위원, 한국건설관리학회 안전및재해관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며, 법무법인 한원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최신 콘텐츠 더 보기

Trend
음주운전, 가중처벌 개정 후 1회 재범 40% 증가
‘윤창호법’ 전후의 재범발생율과 법원 선고형 변화
2024.05.17
Lecture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권리가 소멸한다?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0다280685 판결
최기민 변호사
202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