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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법률관계에 대한 내용이 서로 다른 다수의 처분문서가 있는 경우, 처분문서의 해석 방법
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7다17603 판결
최목 변호사
2024.03.20

'2023년 엘박스에서 가장 많이 복사된 판례' 의 담당 변호사가 직접 판례를 해설해 드립니다. 

 

하나의 법률관계에 대한 내용이 서로 다른 다수의 처분문서가 있는 경우, 처분문서의 해석 방법

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7다17603 판결

사실관계

원고는 2009. 4. 22. 피고 소유의 상가건물 중 1층과 2층 일부에 대하여 보증금 1억 원, 월차임 600만 원, 임대차기간 2009. 5. 22.부터 5년(60개월)으로 정하여 임차하였다. 이후 원고와 피고는 2010. 12.경 위 2009. 4. 22.자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면서 임차면적, 임차기간, 차임, 특약사항 등에 관하여 내용이 조금씩 다른 4개의 임대차계약서를 차례로 작성하였다. 
 

작성순서

임차목적물

임차기간

차임

주요 특약사항

1

1층 일부 및 2층 전부
약 160평

2010. 12. 25.부터
8년 (96개월)

월 1,100만 원

차임은 계약일로부터 5년간 동결하고 
이후에 조정한다.

2

1층 일부 및 2층 일부
약 120평

2010. 12. 25.부터
8년 (96개월)

월 950만 원

차임은 계약일로부터 5년간 동결하고
5년 후 재계약 시 조정한다.

31)

1층 일부 및 2층 전부
약 120평

2010. 12. 25.부터
8년 (96개월)

월 500만 원

없음

4

1층 일부 및 2층 일부
약 120평

2011. 1. 1.부터
5년 (60개월)

월 950만 원

임대 시작일 2011. 1. 1.

1) 원고와 피고가 작성한 4개의 계약서 중 세 번째로 작성한 계약서는 피고(임대인)의 요구에 따라 세금 감면을 위해 허위로 작성된 계약서였다. (원·피고 간 다툼 없는 사실)

 

원고는 2015. 10. 2.에 이르러 피고에게 임대차계약 만기일 2015. 12. 31. 이후로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내용증명으로 통지하였다. 피고는 2015. 11. 19.에 원고에게 임대차계약의 기간은 2010. 12. 25.부터 8년(96개월)이고 2015. 12. 26.부터는 임대차보증금을 2억 원으로, 차임을 1,400만 원으로 상향한다는 내용증명을 회신하였다.

원고는 2015. 12. 31.부터 2016. 1. 5.까지 임차목적물의 원상회복을 위한 철거공사를 진행한 후 2016. 1. 26. 피고에게 임차목적물의 열쇠를 반환하였으나, 피고는 2016. 2. 4.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다시 열쇠를 돌려주었다.

원고는 2010. 12.경 피고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이 만료되었음을 이유로 보증금으로 지급한 1억 원 중, 미지급 차임 4,180만 원을 뺀 5,820만 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주요 쟁점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내용을 정하고 있는 여러 개의 처분문서(계약서)가 작성되어 있고, 개별 처분문서 사이의 우열관계에 대하여 당사자 간의 명확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처분문서를 당사자 간 법률관계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가 본 사안의 핵심 쟁점이다.

사건의 경과

가. 제1심 판결 (광주지방법원 2016. 5. 3. 선고 2015가단50922 판결)

제1심 법원은 4개의 계약서 중 마지막으로 작성된 계약서가 원·피고 사이의 최종적인 합의 내용이 반영된 계약서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제1심 법원의 주된 논지는 아래와 같다.

① 원고와 피고가 작성한 4개의 계약서 중, 마지막으로 작성된 계약서를 제외한 나머지 계약서는 임대기간이 96개월 (8년)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② 피고가 진정한 계약서라고 주장하는 계약서는 부동문자로 인쇄된 표준임대차계약서 양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특약사항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고, 원고와 피고가 각 소지한 임대차계약서 사이에 간인이 되어 있으나, 원고가 진정한 계약서라고 주장하는 계약서는 별도의 특약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계약서 사이에 간인도 없으며, 다른 계약서들과는 달리 표준임대차계약서 양식을 사용하지도 않은 점

③ 원고와 피고가 최초 96개월로 약정한 임차기간을 60개월로 단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4개의 계약서 중 마지막으로 작성한 계약서를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를 최종적으로 반영한 진정한 계약서로 보기 어렵다.

나. 제2심 판결 (광주지방법원 2017. 4. 26. 선고 2016나3450 판결)

항소심 법원은 원·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를 반영한 계약서는 마지막으로 작성된 계약서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다. 항소심 법원의 주요 논지는 ‘원고와 피고가 작성한 4개의 계약서 모두 진정성립이 인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4개의 계약서 중 가장 마지막으로 작성된 계약서를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된 계약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 대상판결 (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7다17603 판결)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주요 논지는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내용을 정한 여러 개의 계약서가 순차로 작성되어 있을 경우 당사자가 그러한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나 우열관계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면 그와 같은 내용대로 효력이 발생하나, 여러 개의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 등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면 각각의 계약서에 정해져 있는 내용 중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계약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판례 해설

가. 하나의 법률관계에 관한 각기 다른 내용의 여러 계약서가 순차적으로 작성된 경우, 각 계약서를 해석하는 방법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내용을 정한 여러 개의 계약서가 순차로 작성되어 있는 경우, 계약서의 우열관계에 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다면, 당사자가 합의한 대로 계약서의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여러 개의 계약서에 대한 우열관계나 해석방법에 관한 당사자 간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각각의 계약서에 정해져 있는 내용 중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계약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나.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하나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각기 다른 내용의 계약서가 순차적으로 작성된 경우, 각 계약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종적으로 작성한 계약서를 앞서 작성하였던 계약서의 일부 내용을 변경하기로 하는 당사자 간 합의를 반영하여 작성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대상판결은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에서 원·피고가 최종적으로 작성한 계약서는 앞서 작성된 계약서들과는 달리 부동문자로 인쇄된 표준임대차계약서 양식을 이용하지 않았고, 원고와 피고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계약서 사이에 간인이 날인되어 있지도 않았으며, 구체적인 특약사항이 기재되어 있지도 않는 등 형식적인 측면에서 다른 계약서에 비해 다소 부실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위 계약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고, 임대차계약의 주요 내용에 관한 합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간인이나 특약사항 등 부차적인 부분의 기재가 부실하다는 사실은 이 계약서의 효력을 부인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데 이와 같은 판단은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담당 변호사의 직강 포인트

어떠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당사자의 이해에 따라 앞서 하였던 합의 내용을 변경하는 일은 현실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에 따라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구체적인 내용이 각기 다른 수개의 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경우 모든 계약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최종적으로 작성된 계약서가 진정한 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한 계약서로 보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이 위와 같은 원칙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법률관계에 관하여서는 각기 다른 내용의 여러 계약서가 상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사자 간 여러 계약서의 작성 시점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대상판결이 제시하는 원칙은 무용지물이다. 당사자 사이의 합의 내용이 변경되어 이미 작성된 계약서를 변경하게 된다면 기존의 계약서를 폐기하고 새로운 계약서만을 작성하여 보유하거나, 새로 작성한 계약서에 기존 계약서의 내용을 일부 변경하였음을 명기하는 것이 분쟁을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illustrator 이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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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목 변호사
광주광역시에서 변호사 최목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대한변호사협회 '학교폭력' 전문분야로 등록되어 있으며, 현재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로 활동 중이다. 민사소송과 공무원 징계 및 학교폭력과 관련한 행정쟁송을 주로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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