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대지사용권과 적정 대지지분: 집합건물의 새로운 풍경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7다257067 판결
권윤주 변호사
2024.04.30

<로웨이브> 1기 전문위원이 전문분야의 판례를 해설해 드립니다. 

 

대지사용권과 적정 대지지분 : 집합건물의 새로운 풍경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7다257067 판결

사실관계

원고는 아버지로부터 상속과 증여를 통해 집합건물의 대지 중 97.968/461.4의 지분을 소유하였으나 대지 지상의 집합건물에 대한 구분소유권은 갖고 있지 않았다. 반면에 피고는 매매를 통해 집합건물의 구분소유권(전유부분 43.93㎡)과 그에 상응하는 대지지분(18.12/461.4)을 취득하였다. 피고가 보유한 대지지분은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비추어 적정 수준이었다.
원고는 자신이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는 아니지만 대지지분을 소유하고 있음을 이유로, 피고를 비롯한 집합건물 구분소유자들을 상대로 대지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주요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와 같이 집합건물의 구분소유권은 없이 대지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는 자(구분소유자 아닌 대지공유자)가,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적정 수준의 대지지분을 보유한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그 대지 사용⋅수익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이다.

민법상 공유물 사용⋅수익 및 부당이득에 관한 일반 법리를 집합건물의 대지 공유관계에 그대로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의 불가분성 등 집합건물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별도의 법리를 적용할 것인지 쟁점이 되었다. 

사건의 경과

제1심과 원심은 공유물에 관한 민법의 일반 법리에 따라, 집합건물 구분소유자인 피고의 대지지분 비율이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적정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가 보유한 대지지분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원심을 파기환송 하였다. 대법원은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에는 민법이 아닌, 집합건물법에 따른 별도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적정 대지지분을 보유한 구분소유자에 대해서는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공유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와 별개로 적정 대지지분에 미달하는 구분소유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인정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판례 해설

대상판결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찬성론은 대법원이 제시한 바와 같이 집합건물의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 사이에는 일체불가분의 관계가 인정되므로 집합건물 대지에 관한 법률관계를 규율함에 있어 민법의 일반 법리와는 다른 별도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고, 집합건물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또한 구분소유자로 하여금 적정 대지 지분 확보를 유도하여 집합건물 전유부분의 소유권 안정에 기여하고, 연쇄소송의 방지 등 경제적 이점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대론은 집합건물법에 민법 제263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이상 공유물에 관한 민법의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구분소유자가 아닌 대지공유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이다.

대상판결 이전에도 대법원 판례를 보면 구분소유자들 상호 간의 관계에서 대지지분의 과부족을 들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본 사례들이 다수 확인된다(대법원 2010다108210, 2011다58701 판결 등). 다만 그 근거를  ‘집합건물법의 특수성’에서 찾았을 뿐, 대상판결과 같이 '적정 대지지분' 개념을 통해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공유자와의 관계에까지 법리를 확장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한편 대상판결은 구분소유자의 적정 대지지분 보유 여부를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기초해 판단한 점에서, 규약의 설정이나 별도 특약 등 구체적 사정이 없는 한 전유부분 면적을 기준으로 공용부분이나 대지사용권의 귀속 및 행사 범위가 정해진다고 본 기존 판례들(2010다72779, 2010다72786 판결 등)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전문위원의 인사이트

민법상 공유물 법리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함과 집합건물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 사건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구분소유자들이 적정한 대지지분을 확보하게 하려는 집합건물법의 취지와 이를 통해 구분소유자의 안정적 권리행사를 도모하려는 집합건물법의 궁극적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분소유자가 아닌 대지공유자의 권리 행사도 일정 부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평의 관념이나 거래의 안전 등 부당이득반환제도의 기본 이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집합건물법에 따라 적정 대지지분을 보유한 구분소유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대법원의 판단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무분별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집합건물을 둘러싼 법률관계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판결은 민법상 공유물 법리에 대한 중요한 예외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집합건물법 분야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합건물에 관한 법률관계의 특수성을 재확인하고 구분소유자의 적정한 대지사용권 보유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이론적 의의가 적지 않다.

다만 일부 쟁점에 관해서는 보다 세밀한 후속 연구와 판례의 집적이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적정 대지지분 개념 자체는 집합건물법에 명시된 바 없이 해석상 도출된 것이어서, 그 법적 지위와 산정기준에 대해 세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건물의 유형이나 용도에 따라 전유부분 면적과 대지사용 비율 간 불일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적정 대지지분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소송 실무상 구분소유자별 지분 과부족 현상을 일일이 살펴야 하는 문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집합건물이 여러 필지에 걸쳐 존재하는 경우, 필지별 단독소유나 공유가 혼재된 경우에 대한 해결 등 향후에도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illustrator 이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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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주 변호사
권윤주 변호사는 제52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42기 수료)에 합격하여 2013년부터 건설, 부동산 분야의 사건에 집중하여 소송, 자문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19년 대한변호사협회 건설, 부동산 전문분야 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변호사로서 의뢰인과의 소통, 성실성 및 끊임없는 연구활동을 중요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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